허 준은 조선시대의 의학자로 자(字)는 청원(請願), 호는 구암(龜岩) 입니다. 1546년 경기도 양천(陽川
: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서 태어나 1615년 8월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아버지는 경상우수사,
아버지는 용천 부사를 지낸 지체 높은 양반 집안이었으나, 서자(庶子) 출신이었기 때문에 과거에 응시할 수 없었으므로,
유의태라는 명의(名醫)의 수제자로 의학을 공부하여 의관(醫官)으로 진출하여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가 어떻게 의관이 되었는지는 분명히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취재(取才 : 과거 이외에 인재를 뽑기 위해 실시한
특별 채용시험으로 예조에서 실시)에 합격하여 의관이 된 듯합니다.
선조 7년(1575년) 내의원(內醫院: 왕을 비롯한 궁중의 왕족과 대신의 치료를 담당하던 국가 최고 의료기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였으며, 많은 공적을 세워 서자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승진을 거듭하였습니다. 선조 39년에는
의관(醫官) 출신으로 가장 높은 숭록대부(崇祿大夫):종1품)에 봉해졌으며, 죽은 후에 보국숭록대부(輔國崇祿大夫:정1품)에
추증(追贈)되어 우리나라 의관으로 최고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1592년부터 1595년까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국토는 황폐해지고 백성들은 기아와 질병으로 허덕였으며,
나라에서 많은 약초들이 생산되는데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약초를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으로
분류하고 글로 써서 백성들로 하여금 알기 쉽게 하라는 왕의 명령에 의해, 허준은 선조 29(1596년)
양예수, 이명원, 정작, 김응택 등과 함께 의학서적 편집에 착수하였습니다. 정유재란으로 의서 편찬이 중단되자
선조는 허준에게 단독으로 편찬하도록 명을 내렸습니다. 그는 당대 최고 명의로서의 경륜과 궁중의서 500여권을
참고하여, 14년 만인 광해군 2년(1610년)에 25권 25책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을 완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편찬하게 된 목적은 첫째, 의원과 의서는 많았으나 새로운 학설이 없을 뿐만 아니라 무식한 의원들이
처방의 뜻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약을 잘못쓰는 경우가 많고, 둘째, 전란으로 전국이 황폐하여 병자가 치료를
받을 수 없는데다가 의서마저 부족하였으며, 셋째, 의원으로서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나아가 어진 정치를 펴고자하는
국왕의 뜻을 받들어 편찬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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